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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소식(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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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간판기업들 휘청…"외딴 섬" 우려

광주·전남 간판기업들 휘청…"외딴 섬" 우려

by 송창헌 기자 2010.04.16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광주·전남 경제계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주력분야인 건설·주택이 뿌리 채 흔들린 데 이어 국내 철강유통 부문 부동의 1위 기업마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면서 지역 경제가 혹한기를 맞고 있다. "이러다 경제 무인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15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새한철강은 이날 회생·파산 전담 재판부인 민사10부(부장판사 선재성)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내 도급 순위 35위, 광주·전남 2위 업체인 남양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13일 만이다.

새한철강은 "자체 추정한 계속기업가치는 441억 원이지만 청산가치는 217억여 원에 불과하다"며 "채무변제기간이 늦춰지면 업계 최고의 기술력과 원가절감 등을 통해 최단기간에 채무금과 이자를 갚겠다"고 밝혔다.

새한철강은 대주와 성원, 남양건설 등 주거래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로 매출 채권 245억 원 상당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데다 미결제 할인 어음만도 1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계사인 ㈜새한종합건설이 지난해 3월 건설업 2차 구조조정에서 C등급(워크아웃 대상) 판정을 받으면서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금융기관의 상환압박이 가중된 점, 여기에 금융위기 이후 현실화된 경기침체로 새한종건과 지씨엔 등 관계사에 대한 자금 수혈이 수백억 원에 이른 점도 유동성 위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은 2008년 2746억 원, 2009년 1896억 원 등 최근 5년 동안 1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15년째 철강 가공 및 유통 부문 국내 1위를 고수한 터라 지역 경제계가 "간판기업 또 하나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며 침통해 하고 있다.

올 들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광주·전남 업체는 모두 11곳. 지난해 신청한 38개 업체를 합하면 금융위기 이후 50개 가까운 향토 기업들이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백기'를 들었다.

상당수는 금호, 대주, 한국건설 등 퇴출 또는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업체들을 주요 파트너로 하고 있는 기업들이어서 연쇄 파산이나 도미노 부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 도급 순위 50위권 이내의 호남 대표 토목건설 전문기업이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적극 검토하는 등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견 업체만도 여러 곳에 달해 침체 무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유독 광주·전남 간판 기업들이 줄줄이 흔들리면서 '호남기업 죽이기'라는 정치적 해석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새 호남 재계가 쑥대밭이 되고 있다"며 "선거철이라 정치권의 움직임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다 외딴 섬이 되는 것은 아닌 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건설협회 전남도회 관계자는 "전남 1, 2위 건설사가 채권단과 법원의 손에 넘어가는 등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 자치단체와 금융기관 등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장기적 안목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남대 경제학부 정기화 교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건설업 비중이 높고 기업간 소통은 원활하지 않다 보니 위기가 한꺼번에 오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의 위기를 거울삼아 지역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개별 기업들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goodch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