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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소식(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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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죽는 꼴" 명단 비공개에 지역업체 반발

"두 번 죽는 꼴" 명단 비공개에 지역업체 반발

by 송창헌 기자 2010.06.28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업체명단이 대거 포함된 지난해에는 죄다 공개하고, 파장이 미미한 올해는 비공개해서 되레 혼란만 부채질하고…"

지난해 건설·조선사 구조조정에서 무려 10개 업체의 명단이 몽땅 공개되면서 후폭풍에 시달렸던 광주·전남 경제계가 이번엔 채권 금융기관들이 기업실명을 공개하지 않기로 전격 결정한 것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간판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도미노 부도' 등에 대한 우려로 악성루머에 시달려온 중견 업체들의 경우 '명단 비공개'로 또 한 번 선의의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1, 2차 구조조정 이후 광주·전남에 본사를 둔 300대 건설사 중 상당수가 유동성 위기로 휘청거리면서 본의 아니게 우리 회사도 온갖 루머에 시달려 왔다"며 "예금 자산만 수백억 원에 이르지만 악성 루머에는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구조조정 대상 업체와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업체는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광주에 본사는 둔 J건설의 경우 올해 신용평가 정상 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인천 청라지구, 광명 등 수도권에서 성공적인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유사상호의 업체가 C등급(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J건설 관계자는 "최근 인천에서 아파트 1000여 가구를 성공리에 분양하는 등 탄탄한 경영 실적을 올리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 본사를 둔 J건설이 C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지면서 밀려드는 확인 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업체측은 급기야 아파트 계약자와 고객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 회사홈페이지에 별도의 공지문을 띄우는 한편 모든 계약자들에게 개별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악성정보 차단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국민, 신한, 산업, 하나은행과 농협 등 6개 채권금융기관들은 "명단을 공개할 경우 자칫 해당 기업의 반발과 불필요한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며 금융 당국의 공정 공시 시스템을 이용할 것을 권했지만 업계에서는 "멀쩡한 기업까지 퇴출업체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기로 추측성 명단, 즉 '가짜 살생부'가 나돌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주 지역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명단 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막연한 불안감으로 민간공사에서는 자금회수가 어렵고, 대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외상공사' 대금은 받을 수 있으냐, 원청업체가 포함됐느냐는 문의 전화가 하루종일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상장사와 20인 이상 주주를 보유한 기업들의 경우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고나면 정해진 기간까지 공시를 해야 하나, 비상장사 등 공시를 통해 공개할 수 없는 대다수 업체들과의 불공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점도 문제다.

"기업 이미지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지만 이를 회복하는데는 10배, 20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역 경제인들의 고민이다.

goodch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