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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식(맛있는 제주)

제주소식(맛있는 제주)

냉면의 本家, 정박사

냉면의 本家, 정박사

by 제주교차로 2011.05.19

유래를 찾아볼 수 없던 강추위에 고생했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의 초입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가고 있다. 한 낮의 태양은 이제 내려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제법 따가워줬고 반팔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의 모습 또한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날씨는 무덥기만 하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계절은 어느새 여름에 성큼 다가서 있고....
시원한 냉면과 함께 여름기분을 만끽하는 건 조금 이른 걸까? 조금 이르든 말든 무슨 상관이랴. 날씨며 계절이며 운운한건 그저 핑계일 뿐이고 오늘은 그저 맛있는 냉면이 먹고 싶을 뿐이니.
정박사. 제주에서 냉면 꽤나 드신다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스쳐갔을 자칭 타칭 냉면의 본가(本家)로 군림하고 있는 곳이다. 신제주 연동에서 처음 문을 연 이래 여러 곳에서 성업하다 이제는 부림 랜드 인근의 본점과 속칭 물통 사거리의 구제주점 두 곳에서 명가(名家)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데 흔히 요식업계에는 이런 통설이 존재한다. 창업 당시 고수하던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확장이전하면 음식 맛이 예전만 못하게 된다고. 하지만 정박사에서만큼은 그런 통설이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비록 가게의 위치가 바뀌었을지언정 물냉면의 육수는 여전히 깊고 시원한 감칠맛을 선사하니 말이다.
백문(百聞0이 불여일식(不如一 食)! 이미 많은 분들이 맛을 봤겠지만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에 앞서 봄철에 맛보는 정박사의 물냉면은 가히 일미(一味)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큼 뛰어난 맛을 담고 있다. 살얼음이 살짝 낀 시원한 육수를 한 모금 들이키면 때 이른 더위로 지친 심신에 한줄기 청량한 기운이 훑고 지나가고 쫄깃쫄깃 ○○○히는 면발 역시 육수와 한데 어우러져 시원함을 더한다.
비빔냉면 또한 맛있기는 마찬가지. 너무 맵지도, 그렇다고 너무 싱겁지도 않은 알맞은 양념장에 육수를 살짝 넣고 쓱싹쓱싹 비며 쫄깃한 면발과 함께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마치 아이스크림이라도 된 냥 어느새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그리고 그 끝엔 오직 혀에 살짝 감도는 감칠맛만이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 역시 필자는 비빔냉면보다 물냉면에 더욱 손이 간다. 요즘처럼 더운 계절 에는 특히나 말이다.
여름의 더위는 시원함 보다는 그 보다 더한 더위와 매운맛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이열치열 마니아들을 위한 음식도 정박사에서 만날 수 있다. 바로 정통 부대찌개가 바로 그것.
“냉면집에서 웬 부대찌개“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론 본론 생략하고 바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박사의 부대찌개, 이놈 이거 아주 의외로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필자 역시 메인메뉴만 고집하는 식당이 이것저것 잡다한 음식을 만드는 식당보다 훨씬 뛰어난 맛을 갖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인데 정박사의 부대찌개는 전문점의 그것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을 만큼 부대찌개 본연의 맛을 잘 재현해냈다.
솔직히 맛을 보기 전 조금 모자란 듯 한 햄의 가짓수에서 아주 약간 실망을 하긴 했지만 불그스름한 색이 절로 식욕을 당기는 국물을 한 숟가락 먹고 나서는 그런 실망이 금방 환희와 찬탄으로 변하는 간사한(^ ^;)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한번 맛을 보면 분명 부대찌개에 담긴 주방장의 내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여하튼 성급한 더위 놈 탓에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다면, 그리고 정통 부대찌개의 참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정박사를 찾기 바란다. 맛 하나만큼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 정박사 신제주점 ☎ 747-5434(부림 랜드 인근)
정박사 구제주점 ☎ 751-9400(물통 사거리 한국전력 맞은편)